1. 기본정보
제목: 평양성 (The Battle of Pyongyang Fortress)
개봉일: 2011년 1월 27일
감독: 신한솔
출연: 정진영(계백), 이문식(문장 군), 이경영(을지문덕), 류승룡(양만춘), 윤제문(당태종 이세민), 박성웅, 유해진 등
장르: 사극, 전쟁, 코미디
러닝타임: 118분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평양성》은 2003년 흥행작 **《황산벌》**의 속편으로 기획된 역사 코미디 영화입니다. 전편이 백제와 신라의 황산벌 전투를 코믹하게 그렸다면, 《평양성》은 백제가 멸망하고 나서 당나라가 고구려를 침공해 평양성 전투를 벌이는 과정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영화는 전쟁을 주제로 하면서도 웃음과 풍자, 감동을 버무려 관객들에게 새로운 사극 경험을 선사합니다.
2. 줄거리
영화 《평양성》은 백제가 멸망한 후,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하여 고구려를 침공하는 7세기 동아시아 전쟁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는 역사적 사건인 평양성 전투를 중심으로, 고구려의 저항과 당나라의 침공,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장수들의 개인적 사연과 전쟁의 이면을 코미디와 풍자를 가미해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전쟁의 주된 무대는 고구려의 마지막 보루, 평양성. 이곳의 성주이자 지휘관인 **을지문덕(이경영)**은 과거의 명장으로, 냉정하고 무뚝뚝한 인물입니다. 그에게는 충직하고 우직한 장군 **문장 군(이문식)**과 정의감 넘치는 병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당군의 침공에 맞서 평양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한편 당나라에서는 **당태종 이세민(윤제문)**이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를 침공해 옵니다. 그는 병법과 전술에 능하지만, 전쟁을 자신을 드러내는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며 자신만의 권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당군 안에서도 정치적 계산과 충성심 사이의 갈등이 존재하고, 전투보다 권모술수가 판치는 내부 모습이 풍자적으로 그려집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문장 군이 있습니다. 그는 전쟁에서 큰 뜻이 없다며 "그저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는 평범한 병사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점점 자신의 역할과 책임, 조국에 대한 충정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코미디를 넘어 개인의 성숙과 공동체의 의미를 다룹니다.
고구려는 병력과 무기, 모든 면에서 열세였지만, 성을 지키려는 백성들과 장수들의 끈질긴 저항은 전쟁의 양상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병사들은 기발한 계략과 협동으로 당군의 공세를 막아내고, 당군은 예상치 못한 지연전과 지리적 악조건 속에서 점점 지쳐갑니다.
결국 영화는 고구려가 전면전에서 무너지기보다는 집단의 저항과 민중의 의지로 마지막까지 맞서 싸웠다는 점을 강조하며 클라이맥스로 나아갑니다. 문장 군과 병사들의 소박한 용기, 백성들의 피눈물 어린 저항, 그리고 전쟁의 무의미함이 코믹한 상황 안에서 깊은 울림으로 전달됩니다.
3. 역사적 배경
《평양성》은 실제 역사에서 있었던 645년 당 태종 이세민의 고구려 침공, 그중에서도 안시성 전투 및 평양성 전투를 바탕으로 합니다. 영화에서는 안시성보다 이후 시점을 그리며, 평양성 포위 전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은 백제를 멸망시킨 후, 고구려까지 무너뜨리기 위해 북진하였고, 고구려는 수도 평양성을 중심으로 마지막 저항을 벌였습니다. 당시 고구려는 병력적으로 불리했지만, 지형을 이용한 방어와 강한 결속력으로 당군에 맞섰습니다.
역사적으로 을지문덕 장군은 안시성 전투 이전, 수나라 침공 때 활약한 명장이지만, 영화에서는 상징적 인물로 차용되어 고구려 방어전의 상징으로 그려졌습니다. 영화는 실제 역사적 디테일을 고증하기보다 상징과 풍자, 해석을 중시하며 극적인 전개를 선택합니다.
4. 총평
《평양성》은 전통 사극 영화와 달리, 역사와 코미디, 풍자, 철학적 메시지를 조화롭게 담은 독특한 작품입니다. 진지한 전쟁 이야기 속에서 유머와 인간미를 더해, 무거운 주제를 부담 없이 풀어냅니다.
이문식은 문장 군 역으로 중심 캐릭터의 유쾌함과 진중함을 모두 소화하며, 극의 무게를 담당합니다. 윤제문은 당태종을 개성 넘치게 연기하며 관객에게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줍니다. 정진영, 류승룡, 이경영, 유해진 등 조연들도 각자의 역할에서 캐릭터를 빛나게 만들며, ensemble cast로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연출을 맡은 신한솔 감독은 전작 《황산벌》에 이어, 사극을 단순한 역사극으로 만들지 않고, 인물 중심의 유머와 전쟁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며, 관객에게 웃음 속의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전쟁이란 무엇인가, 나라를 지키는 것이 단지 싸움만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성찰을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인상 깊습니다.
물론 역사 왜곡이나 과도한 희화화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평양성》은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유쾌하게 던진 영화로 평가받습니다.
《평양성》은 역사 속 전쟁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유쾌하고 인간적으로 풀어낸 풍자 사극으로, 전쟁의 본질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유쾌한 웃음 뒤에 숨겨진 진지한 메시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역사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입니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기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라는 대사는 오늘날에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